[가업승계 박사 김봉수 칼럼] 2026 세제개편안 가업승계 특별기획 ⑤, 가업상속공제 1,000억원 시대, 먼저 계산해야 할 것은 ‘공제 가능한 기업가치’다
기업가치가 높아도 가업상속공제 대상가액은 전혀 다른 숫자가 될 수 있다
K-가업승계는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되 실제 생산에 필요한 자산은 지켜주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 1,000억원 시대, 먼저 공제 가능한 기업가치를 계산한다]](https://www.fntoday.co.kr/news/photo/202609/393407_317297_3014.jpg)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승계 기업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끄는 숫자는 1,000억원이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피상속인의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최대 1,000억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최대 600억원보다 외형상 지원 폭은 커진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 더 먼저 계산해야 할 숫자는 최고한도가 아니다. 기업가치 가운데 실제로 얼마가 ‘가업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가다.
이번 개편을 단순한 공제 확대라고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정부안은 한도를 늘리는 동시에 공제대상 토지의 범위를 줄이고, 겸업기업의 공제방식을 세분화하며 구분경리를 요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얼마까지 공제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진짜 가업재산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다시 정하는 개편이다.
가업상속공제는 회사의 전체 기업가치를 그대로 공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개인가업은 가업에 직접 사용하는 사업용 자산이 중심이고, 법인가업도 주식가액 가운데 사업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자산 부분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500억원이라고 해서 500억원 전부가 가업상속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전체가치와 세법상 공제 가능한 가업가치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https://www.fntoday.co.kr/news/photo/202609/393407_317299_3218.png)
2026년 세제개편안은 특히 토지에 엄격하다. 현행에서는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물 바닥면적의 3배에서 최대 7배까지 사업용 토지를 인정할 수 있지만, 정부안은 수도권의 경우 인구감소지역을 제외하고 2배, 그 밖의 지역은 3배로 줄이는 방향이다. 여기에 토지 1㎡당 1,000만원의 공제한도도 새로 제시했다.
정부가 공식 문답자료에 제시한 사례는 변화의 크기를 잘 보여준다. 수도권에서 건축물 바닥면적 1,000㎡, 토지 4,000㎡를 보유하고 토지가액이 ㎡당 1,500만원인 가업을 가정하면 현행에서는 토지 4,000㎡ 전체, 600억원이 공제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정부안에서는 바닥면적의 2배인 2,000㎡만 인정되고 ㎡당 1,000만원의 한도까지 적용돼 최종 공제 가능가액은 200억원으로 줄어드는 사례가 제시됐다.
한쪽에서는 최고한도를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이면서 다른 쪽에서는 특정 기업의 토지 공제 가능가액이 6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개편의 정책철학이 드러난다. 지원규모는 키우되 가업의 본질과 직접 관련된 자산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제대상 자산 가운데 토지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과 과도한 토지 보유를 통한 상속세 절감 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우회적 세제혜택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제조현장은 세법의 산식만큼 단순하지 않다. 한국의 중소·중견 제조기업 가운데에는 수십 년 전 도시 외곽에 공장을 세웠다가 도시가 확장되면서 토지가격이 급격히 오른 곳이 많다. 생산과 물류를 위해 넓은 야적장, 제품 적치공간, 차량 회전공간, 안전거리와 향후 증설부지가 반드시 필요한 기업도 있다.
이런 토지까지 단순한 ‘과다보유’로 보는 순간 정책의 목적과 기업현장이 충돌한다.
그래서 필자는 정부에 한 가지 절충안을 제안하고 싶다. 기본적인 면적배수와 ㎡당 한도를 통해 과도한 부동산 보유를 걸러내되, 생산공정·물류·안전·환경규제 등 객관적인 이유로 추가 토지가 필요한 제조기업에는 실제 사업사용 여부를 심사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장기간 실제 사업에 사용해 온 기존 공장부지에는 일정한 경과조치를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원은 선별할 수 있지만 판정은 기업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겸업기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에서는 주업종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면 부업종이 비공제 업종이더라도 전체 사업용 자산에 공제를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다. 정부안은 이를 주업종과 부업종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안분해 공제업종 해당 부분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구분경리 의무까지 신설한다.
제조업과 부동산임대업을 함께 하는 기업이나 제조·유통·서비스를 하나의 법인에서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영향이 작지 않다. 정부가 과도한 지원을 배제하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매출액 하나만으로 자산의 사업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은 업종에 따라 왜곡을 만들 수 있다. 연구개발시설이나 생산설비처럼 매출에 직접 대응되지 않지만 핵심적인 자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겸업기업은 구분경리를 충실히 하고 실제 사용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매출액뿐 아니라 자산의 실제 사용도와 기능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이것이 세제의 엄격성과 현장의 공정성을 동시에 지키는 절충안이다.
![[토지·겸업자산은 실제 사업사용과 구분경리가 공제 가능성을 좌우한다]](https://www.fntoday.co.kr/news/photo/202609/393407_317300_3453.png)
기업 역시 제도 완화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제 가업승계를 준비하려면 총자산부터 볼 것이 아니라 사업용·사업무관자산을 분리하고, 토지와 건축물, 금융자산, 대여금, 임대자산을 하나씩 점검해야 한다. 겸업기업은 사업부문별 매출·비용·자산을 구분할 수 있는 회계체계도 갖춰야 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업승계는 회사 전체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 넘기는 일이 아니다. 기업 안에서 무엇이 진짜 사업이고 무엇이 승계해야 할 핵심가치인지를 먼저 찾아내는 과정이다.
공제한도 1,000억원도 이 전제 위에서 봐야 한다. 40년 경영기업의 계산상 한도는 800억원, 50년 이상 기업은 최대 1,000억원이 될 수 있지만 실제 가업상속재산이 300억원이면 그보다 많이 공제받을 수는 없다.
한도가 커지는 것과 공제가 커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 대응의 첫 작업은 예상 상속세 계산이 아니다. ‘공제 가능한 기업가치’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다.
한국가업승계협회는 10월 13일 오후 2시 「주식증여특례와 가업승계 실무전략」 Zoom 세미나를 시작으로, 10월 29일 오전 10시 30분 「상속·증여세 및 대표자 자산관리 심화전략」을 이어가며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른 기업별 승계전략을 단계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가업승계에서 먼저 계산해야 할 것은 세금이 아니다.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야 할 기업가치 가운데 얼마가 세법상 가업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 숫자를 아는 순간부터 진짜 승계전략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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